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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풍년의해를 보내며

갑질 풍년의해를 보내며

 

예로부터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고객으로부터 신용을 얻어 단골을 늘려 매출을 올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포도청 문고리를 빼먹는 재주를 가지고 범칙물자를 다루는 잠상(潛商)이고 세 번째로는 수요가 급증할 때를 맞추어 시세를 조작하는 요즈음 말하는 매점매석(買占賣惜)을 말하는 도고(都庫)가 있다.
도고를 이용하여 사업을 한 사례는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허생은 도고에 사용한 물건은 망건에 쓰일 말총이나 제물(祭物)용 과일 등으로, 정작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쌀만은 그리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돈 10만 냥으로 쌀을 사놓으면 한 달이 못가 서울 장안은 쌀이 없어 난리가 나고 열 곱절 더 오를 것입니다.” “이보시오, 말총은 양반이나 부자들의 치레로 쓰는 게 아니오.”
“그렇지요.” “그런 사람들이야 망건 값이 좀 비싸건 별반 관계없을 것 아니요. 서울 양반들이나 부자들이 열 푼에 사던 것을 넉 돈 닷 돈에 사 쓰기로 거덜이 날 이치가 없지 않소?”
“그렇지요” “가난한 백성들은 망건이 없어도 살지만 쌀이 없어서는 당장 죽을 게 아니오.”
“네,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양반이나 부자들은 몇 달씩 먹을 양식을 미리 다 장만 해 두었을 것이니 쌀이 아무리 귀하고 값이 비싸더라도 그네가 밥을 굶거나 답답할 일은 없을 게 아니겠소. 쌀이 귀하고 비싸면 당장 죽어나는 것은 백성들이지요.”


“네에.” “당신도 보아하니 돈? 좀 모았나본데 돈도 모을 돈이 있고, 모아서 안 될 돈이 있소이다.” “네” “악한 돈일랑 모으지 마시오.” ‘어진 자에게는 부자가 없다.’ 라는 말은 세상 사람들이 돈을 악하게 밖에 모을 줄 모르기 때문에 그리 난 말이지요. 악하지 않게 모아 악하지 않게 쓰면 부자가 다 나쁠 것만은 없지요.”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돈에도 전격(錢格)이 있다. 따라서 부(富)를 이룸에도 격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재벌들이 돈의 품격이 빠진 부의 축적을 추구하였기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을 이기기는 쉬워도 부자가 되어 돈쓸 유혹을 이기기는 어렵다. 더구나 내 돈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사업가가 돈을 버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눈먼 돈이나 검은 돈을 찾기 위해 처음부터 돈만 되면 아무 짓이나 거리낌 없이 해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걸음, 한걸음 이것이 사람이 해서 될 일인가를 따져보고 건실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재벌이라도 비난받는 사람이 있고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이익을 구하는 마음과 방법을 사업가의 윤리의식이라 말한다. 이러한 윤리의식의 기초는 소유와 계약, 거래 관계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남에게서 훔치거나 속이지 않을뿐더러 내 것은 내 것이요, 남의 것은 남의 것, 빌려준 것은 돌려받고 빌린 것은 돌려준다. 더 나아가서는 작은 이익을 골고루 나누고 그 나머지를 모아 이문을 챙긴다.


간단하게 말하면 돈을 쓰고 싶으면 제 손으로 바르게 벌어먹는 게 좋다는 말이다. 우리 동양에는 삼자정립(三子鼎立)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옛날 솥은 발이 세 개인데 솥에 달린 세 개의 발이 균형을 이루어 솥을 지탱한다는 것으로 이는 만드는 자, 파는 자, 사용하는 자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고 다른 한쪽이 덕을 보면 장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삼자가 고르게 이익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최근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 재벌들의 갑(甲)질 사례가 적나라하게 보도 되면서 반기업 정서 등 많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고객을 섬기는 기업가정신과 윤리경영, 투명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연유(緣由) 때문이다.

 

조 병 무 / 대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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