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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식사

거리의 식사 / 이민하

 

 

 

하나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펼 때는 마찬가지

굶은 적 없는 사람도 며칠을 굶은 사람도

먹는 건 마찬가지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펴고 거리로 달려간다

메뉴로 꽉 찬 식당에 모여

이를 악물고 한 끼 식사를 씹는다

 

하나의 혀를 가진 사람도 세 개의 혀를 가진 사람도

식사가 끝나면 그만

그릇이 비면 조용히 입을 닥치고

 

솜털처럼 우는 안개비도 천둥을 토하는 소나기도

쿠키처럼 마르면 한 조각 소문

 

하나의 우산을 접고

한 켤레의 신발을 벗고

 

하나의 방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방을 가진 사람도

잠들 땐 마찬가지

냅킨처럼 놓인 침대 한 장

 

 

 

 

 

 

 

 

모습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먹는 것 입는 것 살아가는 내, 외부의 유형과 조건이 모두 다르다. 하물며 성(性)도 다르며 태어날 때와 죽을 때도 일치되는 것은 없다. 그게 인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솜털처럼 소리 없는 안개비, 천둥처럼 시끄럽다 해도 마르고 나면 한낱 소문일 뿐. 시인은 정작 이 시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펴고 거리로 달려간다”

눈에 비친 각각의 우리를 우리라는 굴레로 묶을 수는 있지만, 한 벌 옷을 두 사람이 입거나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음을 공유할 수는 없는 것. 하나의 우산 한 장의 침대를 펼치는 것으로 우리는 결코 우리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시는 매우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즉, 무얼 해도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우리 내부의 우리를 부정하는 복층적 구조의 시라고 할 수 있다.

 

이민하-전북 전주

시집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모조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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