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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多多益善) 예찬

다다익선(多多益善) 예찬

 

어려서부터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외롭게 혼자 성장했다. 사람은 대저 자신이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을 지니게 마련이다. 형제와 자매가 많은 이웃이 가장 부러웠다. 세월이 지나 결혼할 무렵, 정부의 가족계획 기조는 “둘도 많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 하나만으로 단산하려고 했다. 한데 쓸쓸히 사시던 홀아버지께서 갑자기 타계하셨다.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을 희석하고자 둘째 아이를 가졌다. 그 녀석이 집안에 웃음과 행복까지 몰고 온 딸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도 썩 잘 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학교에서 상장을 가지고 오는 데 있어서도 제 오빠(아들)와 각축전을 벌였다. 이후 명문대를 갔고, 대학원 졸업 후엔 결혼까지 했다. 지난 1월에 딸은 자신을 닮은 예쁜 딸을 출산했다. 상경하여 딸과 손녀까지 보자 감사함의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고맙다! 수고했다!!” 오늘도 딸은 손녀의 사진에 더하여 동영상까지 보내왔다. 지인들이 카톡에 자신의 손주 사진으로 도배를 할 적엔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필자 역시 막상 할아버지가 되니 이를 본받아 금세 ‘손녀 바보’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올여름이면 경사가 겹쳐 마침내 아들도 ‘아빠’가 된다. 그럼 필자는 올해에만 두 명의 손자를 얻는다. 만석꾼도 이런 만석꾼이 또 없다는 느낌이다. 경제용어에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보드리야르가 밝힌 개념인데 특정 상품을 사며 동일 상품 소비자로 예상되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이다. 예컨대 상류층이 되고 싶거나 신분 상승을 바라는 마음이 특정 상품의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 요즘 필자의 마음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저 출산 문제는 급기야 난기류에 휩싸였다. OECD 국가 유일의 1명 미만 출산국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우울한 초상이다. 그동안 들인 천문학적 재원까지 물거품이 되었다. 작년 한 해 정부의 출산 장려 예산은 30조 원을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 수는 고작 32만여 명에 그쳤다고 하니 이를 나눠 보면 아이 한 명당 무려 9,360만 원이나 들어간 셈이다. 따라서 저 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근본적 치유책이 동원돼야 한다는 당위론이 확산하고 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직장에서의 이른바 ‘경단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엄연한 ‘팩트’이듯 지금도 우리 사회는 결혼한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는 다른 사람도 아닌 필자의 딸이 증명한다. 아직도 어떤 회사에서는 직원이 임신하면 아예 회사를 그만둘 것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이런 까닭에 제아무리 능력 있는 여성일지라도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소외감과 고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어선 청년층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자녀의 양육과 교육 문제 등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일대 변혁적 사회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한 마디로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자는 주장이다. 만석꾼과 가난뱅이의 간극은 엄청나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전자에 비해 후자는 금방 무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헛헛하다. 국가의 인구정책과 성장 동력 역시 이에 준한다. 누가 뭐래도 국민과 가족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강물로 흘러넘치는 사회야말로 진정 사람 사는 어떤 유토피아라는 건 국민적 상식이다. 대한민국이 진정 만석꾼의 부자가 되는 길, 그것은 바로 아이 낳는 것이 마치 신드롬인 양 그렇게 기분 좋은 유행병처럼 번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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