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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삶장인순 (전)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삶

장인순 (전)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을 통해서 살아가는데 어떤 만남이 가장 중요한 만남일까? 아마도 첫째는 부모와의 만남이고 둘째는 자기가 태여 난 조국과 만남일 것이다. 이 만남은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내가 감사한 것은 가난하지만 세상을 정직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을 만난 것과 오랜 질곡의 역사 뒤안길에서 어렵게 이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나름대로 능력을 마음 컷 발휘 하면서 살아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반세기 훨씬 이전에, 가난한 어촌에서 자라면서 보자기에 싼 책을 허리춤에 매고 친구들과 작은 산을 넘어 학교를 다니면서, 가는 길에 목이 마르면 개울물을 그냥 마셨던 작은 섬 마을의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 하는 걸까! 산수시간에 피다고라스 정리를 배우고 그 신비함에 수학자가 되겠다고 꿈을 꿨던 어린 소년은 세상을 글러가게 하는 것은 ‘원’이고 ‘둥근 바퀴’인데, 인간이 ‘원’의 넓이를 정확이 구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한계이고, 나아가 오직 ‘신’만이 정확한 원의 넓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신의 뜻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수학자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하면서 자랐다. 오랜 세월 많은 수학자들이 정확한 ‘원’의 넓이를 구하려고 얼마나 많은 밤을 지세우면서 노력을 했을까 하는 안타가운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를 작은 섬에서 마치고 중학교를 육지로 유학?을 와서 처음으로 전기 불과 2층 집을 보고 흥분을 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지금도 새삼스럽다.

 

내 삶을 바꾼 단임 선생님과의 만남

내 생애 가장 배고팠던 시절은 도시락을 가지고 학교를 간 기억이 별로 없었던 가난했던 고등학교 3년 동안이었다. 그 때는 왠지 학생들이 1,2교시가 끝나면 점심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도시락을 먹었다. 배고픔을 통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자존심을 지키는 법과 인내심을 길렀다고 할까? 참으로 놀라운 것은 배고프고 추울 때 책에 열중하면 배고픔도 추위도 잊는 다는 사실이다. 고2 중간고사 기간에 수업료를 못내 시험장에서 한 친구와 쫓겨나면서 부끄럼과 수치심에 얼굴도 못 들고 튀처 나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가난해도 꿈을 버릴 수 없어 졸업을 앞두고 화학을 가르치시던 단임 선생님을 찾아뵙고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니, 나를

한참 처다 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가난한 사람은 수학을 하는 것이 아니야.”하시기에 깜짝 놀랐었다. 1960년대 한국은 국민소득 70불시대로 과학자나 특히 수학자는 갈 곳이 전혀 없었던 시대였다. 결국 그 분의 권유로 화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당시 선생님들은 이 시대와 달리 학생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어쩌면 부모님들 말씀 보다 도 더 영향력이 컸다고 할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그 분을 만나지 않았으면 분명히 수학자의 길을 갔을 것이다. 만일 내가 수학자의 길을 갔으면 지금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내 삶을 바꾼 과학 방정식과의 만남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면서, 물리 시간에 만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인 E = mC2이라는 방정식을 접하고 놀라웠던 것은, 이 방정식이 바로 우주 탄생이

초고온의 에너지 습이 빅뱅을 통해서 냉각이 되면서 물질이 탄생하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탄생하였다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방정식이 정수인 빛의 속도(C)를 품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이는 바로 우주가 질서 정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측정한 빛의 속도 C는 1초에 299,792,458미터이다. 우주가 질서 정연하다는 뜻은 바로 우주가 창조의 선물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방정식에 전율하면서도 화학 공부를 하였기에 까맜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불소화학을 전공한 덕택에 정부의 부름을 받게 되어 원자력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다시 E =mC2이라는 방정식을 다시 접하면서 원자력과의 만남은 내 삶의 숙명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학을 가르치시던 스승을 만나 수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화학자의 길로, 화학자의 길에서 불소화학을 전공하면서 원자력인으로 30여년을 살면서 한국의 원자력기술 자립에 그리고 더 나아가 조국근대화에 작은 힘이지만 보탬이 될 수 있었던 것이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만남, 과학 방정식과의 만남, 좋은 책과의 만남이 우연 같으면서도 필연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으며, 우연도 필연도 하늘의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역에서 은퇴한 한 사회인으로 학점이 아닌 학문으로 지금도 가끔 수학이나 물리 공부를 하면서 수학이 참으로 아름다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만일 다시 태어나거나 혹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학을 다시 공부해 보고 싶은 심정이 지나친 욕심일까? 수학은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를 연결하는 학문으로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가장 매력 있는 학문이라 생각한다.

 

과거를 도리 켜 보면 5년간의 가정교사 생활과 그로 얻은 8년간의 폐결핵과의 투병, 유학중 연구실에서 폭발사고로 고통스러웠던 2번의 피부이식 수술과 허리 디스크 수술로 힘들었던 재활치료 등 많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시간이 흐르고 더 나아가 나름대로 삶의 의미를 조금씩 찾아가면서 그런 어려운 고통과 고난들이 인간적으로 성숙해가는 토양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것이 바로 ‘시간의 마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과거가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정직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역경과 고통 등 모든 것을 아름답게 승화 시키는 시간의 마법- 이것이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행복한 삶은 좋은 만남이 많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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