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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6월, 신록이 무성한 계절입니다. 잎새마다 푸르름이 더해가듯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염원하면서 형제지간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 두 권을 준비했습니다. 진 윌리스의 『그러면, 까시까시뚝딱똥을 데려와!』와 윌리엄 스타이그의 『장남감 형』은 동생을 무시하는 형이 등장합니다.

『그러면, 까시까시뚝딱 똥을 데려와!』

글 : 진 윌리스

그림 : 맷 사운더스

옮긴이 : 최용은

출판사 : 키즈엠

 

 

나의 어린 시절은 껌딱지처럼 따라붙는 동생 때문에 퍽이나 고달픈 나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떻게 동생을 따돌리고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쏘다닐까 궁리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전날 밤, 잠자리에 들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육 남매 중 나는 다섯째였는데, 바로 위 누나와는 네 살 터울이라 동생은 나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이 동생은 형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밖에 나가면 골목대장이었던 나의 권위는 녀석 때문에 산산이 부서지곤 했다. 한주먹감도 안 되는 녀석이 기고만장해서 형을 이겨먹으려고 하는 데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주는 할머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는 통에 저녁이면 할머니께 혼찌검을 당해야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 골칫덩어리를 떼어내려고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야만 했다.

『그러면, 까시까시뚝딱똥을 데려와!』에는 나와 같은 형과 동생이 등장한다.

동생은 형이랑 같이 놀고 싶어 하는데 형은 절대로 끼워 주지 않는다. “형이 시키는 대로 다 할게.” 하며 조르자, “그럼 가서 유니콘을 데려와!”라고 한다. 물론 당연히 못 데려올 거라 생각하고 던진 말이다.

그런데 동생은 유니콘을 데려올 뿐 아니라 더더욱 힘든 미션도 척척 수행해낸다. 날개 달린 사자를 데려오고 심지어 지구상에서 이미 멸종해버린 트리케라톱스까지 데려온다. 형은 최후의 수단으로 “그러면, 까시까시뚝딱똥을 데려와!”라고 한다. 이름이나마 존재했던 동물들은 어떻게 데려왔지만 듣도 보도 못한 까시까시뚝딱똥을 어디서 데려온단 말인가! 동생은 형이 거짓으로 지어낸 까시까시뚝딱똥을 찾아 사막을 건너고 정글에 들어가 어두운 동굴에서 밤을 새운다.

어느 날, 동생을 멋지게 따돌리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집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었다. 한참 후에 작은 누님이 와서 동생이 없어졌다는 거다. 그날 아버지는 행여 어린 자식이 물에 빠져 죽었을까 봐 시체라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장대를 들고 천변의 웅덩이마다 휘젓고 다녔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인사불성이 되어 사방팔방을 헤매 다니셨다고 한다.

누님과 나는 그사이 무슨 연락이 올까 기다리는데, 통장 집으로 양림 파출소에서 길 잃은 아이가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전화가 왔다. 그 당시 우리 동네에는 유일하게 통장 집에만 전화가 있었다.

누님을 따라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찾아가 파출소 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동생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순경 아저씨가 끓여준 삼양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한편 동생이 까시까시뚝딱똥을 찾아 헤맬 때, 대반전이 펼쳐진다. 형 앞에 까시까시뚝딱똥이 진짜로 나타난 것이다. 까시까시뚝딱똥은 “우리 형이 너 같은 깍쟁이 꼬마를 데리고 오면 놀이에 끼워 준다고 했어.”라며 끌고 가버린다.

참으로 가슴 찔리는 결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작가는 나와 정반대의 입장에 선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장남감 형』

글 그림 : 윌리엄 스타이그

옮긴이 : 김경미

출판사 : 비룡소

 

동생은 형과 그토록 함께 놀고 싶어 하는데, 형은 동생 보기를 지긋지긋해한다면 동생은 어떤 상상을 할까? 어쩌면 상상 속에서나마 한 번쯤 형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싶지 않을까? 형을 땅콩만큼 작은 존재로 만들어 제발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게 해서 결정적인 순간에 거인의 손을 내밀어 다시는 동생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상상!

윌리엄 스타이그는 『장난감 형』을 통해 이런 동생들의 마음을 잘 포착해 내어 형제간의 우애와 가족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칼데콧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고 뉴베리 상, 한스 크리스천 안데르센 상까지 그림책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영예로운 상이란 상은 모두 다 받은 윌리엄 스타이그.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에 그는 뉴스위크지로부터 '카툰의 왕'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1930년(23세)에 미국이 공황기에 접어들어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로버트 크라우스로부터 그림책을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받았고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나이 61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명한 연금술사 비드 씨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동생 찰스는 항상 형과 놀고 싶어 하지만 형은 어린 동생 찰스를 달가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저 바보 같은 짓이나 일삼는 골칫덩어리로 여긴다.

바로 손위 형들은 동생을 무시하고 괴롭히기 일쑤다. 왜 그럴까? 그림책 작가 로렌 차일드의 『동생이 미운 걸 어떡해!』(국민서관)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동생이 태어난 순간부터, 절대적 지지자였던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는 친척들까지 하루아침에 동생 편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적대감을 어찌 감출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조그맣고 하는 일도 없는 동생을 번쩍 안아서 방긋방긋 웃어주고 맛난 것도 넣어주고 잘못을 해도 아직 어려서 그런 거니까 형인 네가 이해하라고만 하니 동생이 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친척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며칠 집을 비운 사이, 형이 아빠의 실험실에 들어가 약을 잘못 먹고 몸이 손가락에 난 혹만큼이나 작아져 버린다. 이제 형은 바퀴벌레만큼 작아졌고, 상대적으로 동생은 거인처럼 커졌다. 늘 형에게 멍청이란 말을 듣던 동생은 어떻게 할까? 이 기회에 통쾌한 복수라도 할까?

윌리엄 스타이그를 아는 독자라면, 그가 그런 치졸한 방법을 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동생은 작아진 형을 위해 딱 맞는 집을 만들고, 먹을거리를 챙겨 준다. 이는 윌리엄 그타이그의 방식이기도 하지만 동생들에게 형은 작은 우상이기 때문이다.

형에게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할 요량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우박이 쏟아진다. 그것이 형에게는 얼마나 큰 위험인지 깨닫고 약을 만들기 시작한다. 형을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으면 형은 당나귀에게 짓밟힐 수도 있고, 엄마 발에 밟힐 수도 있다. 어쩌면 우유통에 빠져 죽을 수도 있고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 동생은 과연 형을 구할 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자. 그리고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함께 읽어보자.

작아진 형을 되돌리기 위해 애쓰는 동생을 통해 형제간의 우애와 가족 사랑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 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발간

- 대전시민대 동화창작 강의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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