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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실화소설 ‘유혹’

인생실화소설 ‘유혹’

1. 명월

 

지루하던 겨울이 가고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는 화창한 봄날 이었다.

다리 아래서 빨래하던 아낙네들 가운데 꽃다운 아가씨도 끼어 있었다.

진현금이라는 아가씨는 낭랑18세였다.

비록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을망정 얼굴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살결도 유난히 희어서 어디로 보나 귀티가 나는 게 양가집 규수 같았다.

 

처녀는 빨래를 하다 문득 다리 위를 올려다보니 선비 하나가 자기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게 아닌가.

풍채도 좋고 옷차림마저 화려하기 그지없어서 첫눈에 보아도 끌리는 사내였다.

어마! 어떤 사내가 다리 위에서 나를 저렇게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을까?

시선과 시선이 마주치자 처녀는 당황하여 고개를 수그려 버렸다.

그러나 까닭 없이 가슴이 두근거려오며 불현듯 어젯밤 꿈이 연상되었다.

어젯밤 처녀는 꿈속에서 쟁반같이 둥근 달을 한 입에 삼켜버린 일이 있었던 것이다.

간밤에 꿈을 회상하며 빨래를 하다가 다시 한 번 얼굴을 올려다보니 그 사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어마! 그 남자는 어디로 갔을까?

처녀는 까닭모를 실망을 느끼며 맥이 빠졌다.

커다란 기대가 무위로 돌아간 느낌이었던 것이다.

고려 때 수도 개경 지금의 개성 청년들은 그녀의 미모와 총명함에 반하여 저마다 청혼을 해왔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도 마음에 탐탁지 않아 모조리 거절하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지내오면서 오늘은 중년 선비가 첫눈에 마음에 들었는데 어디를 갔는지 종적이 없지 않는가.

 

진현금은 빨래를 다하고 나서 그 선비가 은근히 마음에 그리워서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뒤에서

“아가씨 나, 물 한 그릇 주실까?”

현금은 뒤를 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물을 청한 사람은 아까 다리에 있던 그 중년 선비였다.

현금은 울렁거리는 가슴을 짓눌러 가며 옆에 있는 옹달샘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그 선비에게 내밀어 주었다.

그는 물을 마시고나서 바가지에 남은 물을 내 보이면서

“나는 황진사라는 사람이요. 남은 물은 아가씨가 마셔 보구려.”

해괴한 일이지만 현금은 워낙 그 중년 선비가 마음에 들어 마셔 보았다.

그런데 이 어이된 일일까?

그 물은 향기가 진동하는 술이었다.

“어머 이 물이 어째서 술로?”

그녀는 물을 마시다말고 놀라서 사내를 처다 보았다.

황진사는 껄껄 웃으며 처녀의 어깨를 정답게 두드려준다.

그리고 두 남녀는 이날 밤 아름다운 인연을 맺게 된다.

현금은 이날 밤 맺은 인연으로 잉태를 하게 되고 열 달 만에 여아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기녀인 명기 황진이였다.

 

황진사는 처녀와 하룻밤 인연만 맺고 나서 어디론가 영원히 떠나 버리고 종적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황진이 엄마 현금은 갓난아이를 금지옥엽 키웠다.

보름달을 삼키고 잉태한 아이라 해서 명월이라고 불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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